버번을 즐겨 마시다보면 혀가 익숙해지는지 점점 고도수의 버번을 접하게 되는데 그중에 즐겨마시는 베이커스나 올드 에즈라와 더불어서 가성비 좋은 버번이 바로 올드 그랜대드 114(Old Grand Dad 114)이다. 여기서 114는 알콜도수를 프루프로 표시한 것이다. 114프루프니까 57도정도 되는 알콜도수를 자랑한다. 거의 60도에 가깝다. 단순히 알콜도수만 높다면 추천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알콜도수가 높은 버번들도 많으니까 그리고 이중에는 의외로 부드러운 버번이 많다.
오늘 소개할 올드 그랜대드 114는 그와는 좀 결을 달리해서 강렬한 임팩트를 준다. 굳이 비슷한 결을 꼽자면 와일드터키에 가깝달까? 올드 그랜대드는 후손들이 바질 헤이든을 기리며 만든 버번으로 지금은 짐빔 산토리의 소속이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짐빔 안에서 바질 헤이든이라는 버번이 또 따로있다. 그만큼 유명한 분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같다. 히스토리도 알아두면 좋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 맛이니까..
올드 그랜대드는 보통 6년정도 숙성했다고 하는데 정확한 표기는 따로없다. 용량은 750미리라 상당히 맘에 든다. 매쉬빌은 라이의 비중이 높아서 좀 거칠고 다채로운 맛을 낸다.
궁금한게 가격일텐데 국내에서는 십만 초반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데 비해서 일본에서 구입하면 삼천엔대에도 구입가능한 버번이라서 거의 세네배정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그래서 일본 여행중 구입을 추천드리는바다. 그렇다고 맛이 질이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으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간혹 거칠고 강한 맛을 두고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있거나 혹평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일부러 이렇게 만들어진 버번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접한다면 특별한 버번을 아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틀이 땅딸막하고 두툼하다. 그래서 그런지 병목이 두껍고 마개도 상당히 두텁고 크다. 묵직한 이미지랄까? 켄터키 할아버지처럼 서양의 후덕한 인상의 할아버지 이미지를 보틀모양에 담은게 아닌간 추측해본다.
목이 두꺼워서 맷집이 좋아보인다. 코르크 마개인데 타이트해서 마개가 헐거워질 걱정은 없을 듯 싶다.
마개에도 114를 양각해서 강조해놓았다. 고도수라고 미리 경고하는 듯하다.
“ 나 114프루프다. 고도수니까 함부로 덤비지마라! ”
ㅎㅎㅎ(그래서 더 좋은데요..)
색은 짙은 갈색을 띤다. 실제 색은 사진보다 좀더 진한듯해서 통의 기운을 쫙 빨아땡긴듯하다. 레그도 진득하다.
향:
처음엔 역시나 알콜이 강하게 치고 나온다. 첨부터 코박죽은 하지 않는걸 추천드린다. 좀 날리고 서서히 다가가면 나무향과 바닐라, 시나몬, 고소한 향등이 섞여서 들어온다. 물론 버번 특유의 시트러스와 아세톤 향도 치고 들어온다. 그게 버번의 매력이니까 코에서도 환영한다.
맛: 입안에 머금는 순간 역시나 고도수라서 입안의 수분을 쫙 빨아땡기는 뜨끈한 느낌이 입안을 휘감고 강렬한 임팩트에 침이 고여서 한차례 좀 진정시키고는 버번 특유의 달달함과 혀를 콕콕찌르는 매콤함 그리고 숨을 살짝 머금으면 고소한 너츠의 향이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나무의 쌉쏘롬한 느낌과 희미하게 시나몬이 나타나다 사라지고 그대로 꿀꺽 넘어가 버린다. 얼른 다시 한모금을 머금으면 이어서 첨엔 안느껴지던 청아한 민트같은 느낌과 라이 특유의 푸릇한 느낌 가죽의 거친 느낌이 추가로 느껴진다. 이건 고도수 알콜에 익숙한 혀에서 잘 느낄 수 있지 않을까싶다. 보통은 57도라는 알콜도수에 혀가 얼얼해질테니까 말이다.
피니시:
목넘김 후에는 식도의 위치를 확인시켜 주듯 뜨끈뜨끈한 느낌이 짜르르하게 느껴지고 입안에 나무향과 바닐라 그리고 생땅콩을 씹으면 느껴지는 젖은 고소함같은 느낌이 서서히 사라진다. 피니시는 긴편이다. 아무래도 임팩트가 강해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게 아닌가싶다.
전체적으로 강렬한 임팩트와 복잡한 맛을 함께 가진 아주 드문 가성비 버번이라고 생각한다. 57도라는 고도수에 강렬한 임팩트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일부러 이렇게 만든 버번이라고 생각하고 접한다면 이보다 좋은 버번이 없을 듯 싶다. 이런 고도수에 이렇게 다양한 맛을 가진 750미리 보틀을 삼천엔대에 어디서 구할 수 있단 말인가? 조니 드럼 프라이빗스톡도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지만 결이다르다.
라이의 특징이 느껴지면서 도수도 강하고 임팩트도 있고 두세잔 기울이면서 혀가 익숙해지면서 느껴지는 복잡한 맛의 매력이란 마셔본 분들만 알 수 있을 즐거움이 아닐까싶다. 강렬한 버번을 좋아하신다면 일본에 여행오셨을때 한병쯤 구입해 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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